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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에 해당되는 글 2

  1. 2016.11.28 추수감사절
  2. 2016.11.2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16. 11. 28. 04:58

추수감사절 카테고리 없음2016. 11. 28. 04:58

 

(1) 온갖 자극적 소식들을 다 팔로우하느라, 피로감이 훨씬 커졌는데, 어떤 프로그램에서 그 사건의 핵심은 약품사용이나 드라마가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의 사유화라고 짚어줘서 좋았다. 그래서 자잘한 뉴스들은 스킵하기로 했다. 현지 시간 11.26 저녁, 이곳은 한밤중이었는데, 방송을 켜놓고 자다깨다 하며 봤다. 멋진 사람들이다. 그런 훌륭한 국민들을 잘 섬길 수 있는 사람들과 시스템이 확립되면 좋겠다는 기도를 절로 하게된다. 

 

(2) 어제 사촌 중 한명이 SNS 에 자신의 아버지, 즉 나의 고모부 사진을 올리며 "민주화 운동 선수(?)"셨다고 자랑(ㅋ) 했다. 그걸 보니 기억났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들었던 얘기: 고모부는 한 신문사 기자를 하시다가 80 년대 초반 민주화 운동으로 해직당하셨었다. 그랬었지... 해직당하신 후 어려움을 겪으셨다는 얘길 들은 기억도 이제야 난다. 그 분은 전라도 출신이시다. 어디 출신이라는게 나 개인에겐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특정한 한 잣대로 볼 때는 특이할 거다. 경상도 출신 친가에 전라도 출신, 그것도 민주화 운동을 한 사위가 있었다는게.

 

(3) 돌아보면 친가 (또한 외가도) 경상도 출신이시지만 정치색은 그다지 짙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 몇 년동안, 들쑥날쑥했던 한가지 정책 탓으로 특정 정치인을 참 싫어하시긴 했다. 그 전까지는 부모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관한 말씀을 안 하셨었다. 외가에도 전라도 출신 이모부가 한 분 계셨다.  그 분 또한 정치성향이 뚜렷하셨다고 들었지만, 어른들이 정치에 대한 대화/논쟁을 하시거나 뒷담화를 하시는걸 들어본 기억이 없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안 듣는척 해도 다 듣고 거의 다 이해한다. 그렇게 엿듣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ㅎㅎ)  

 

어쩄거나:

 

(3) 그런 가족 분위기 탓인지 어떤지, 격동의 역사 흐름이나 정치 변화 속에서도 sheltered 되어서 큰 관심없이 지냈다. 가족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  십대이후 미국에서 쭉 살아왔다는 이유와 정치혐오, 신앙 등의 다른 이유들도 있다. 

 

(4) 20 대 중반까지도 내 뿌리(?)가 경상도라는 걸 그다지 의식 못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십대 미국에 오기 전까지 서울에 살았다. 아버지 근무지가 P 시였던 내 생애 첫 4-5 년만 빼곤 말이다. 아버지께선 고등학교부터 서울에 사셨고 어머니는 대학 시절부터 서울에 사셨다.  나의 초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집안이 어느 지방 출신인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미국에 와서 만난 한국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남편을 만나고 남편집안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걸 알았으나 내겐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사윗감을 보시고 정말 많이 기뻐하셨다. 미국에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종교적 이유로 운동권 학생처럼 하고서 염려가 되던 딸이 멀쩡해 보이는 남자를 데려왔으니 말이다. 나중에 남편의 정치적 (또 종교적인 것도) 성향에 관한 글들을 읽으실 때는, 아주 조금 불편해 하시긴 하셨다. 아님  진짜 민주화 투사 매부에 비하면 가소롭다고 (ㅋ) 여기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께서 나보고 외국인 결혼하지 말라는 말씀은 하셨어도 특정지방출신을 피하라는 말씀은 하신 적이 없었다.

 

(5) 내가 경상도 집안 신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 건 결혼하고 나서였다. 아이 아빠가 2000 년대 초반, 한 잡지에 기고한 짧은 에서 나를 "골수 경상도 출신"이라고 지칭한게 생경했지만, 뭐 그러려니 지나갔다. 남편 글의 요지는 출신지역, 인종 등에 상관없이 편견을 가지지 말자 라는 거였다. 그런데 지난 20 정치성향 뚜렷한 남편과 살면서 정치와 지역성의 깊은 연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음을 배웠다. 치에 무관심하기에 남편의 정치 성향에도 별로 관심없긴 했지만, 남편의 에서 특정 정당을 특정 지방이 지지한다고 하면 괜한 자격지심을 느꼈다.  타지역인의 경상도인에 대한 편견을 배운 것도 결혼 후였다. 가끔 한국을 방문할 때 뵙는 먼 친척 어른들의 말씀을 통해서.  "경상도 사람들은 교양이 없는데 교육으로 그걸 커버한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보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경상도는 남존여비 사상이 심하다" "경상도 남자들은 무뚝뚝한데 너네 아버지도 그러시니?" 등등. 처음 한참 민감하던 결혼초기엔 "(유일한 경상도 집안 출신인) 나 들으라고 일부러 하는 말인가?" 상처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무시했다. 한편, TV 를 보다가 "화려한 휴가"같은 영화가 방영되기라도 하면 혼자 괜한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6) 도 마찬가지다. 이 국에 집안이상도 출신이라는 왜 이렇게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상황은 지역성이나 지역감정으로 인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경상도의 지지를 받은 경상도 출신 정치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을 지켜보면서, 어떤 연대의식을 가지고 회개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바다 건너 멀리에서, 그 세대외 지역에 온전히 속하지도 않는 사람의 회개가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집안에 민주화 투쟁하신 고모부 같은 분이 계시고, 서로 다른 지역 출신들임에도 불구하고 조화롭게 사셨던 가족이 있었음을 위안 삼아야 하는지. 

 

(7) 바다건너에 있지만서도 고 2 국사 이후, 25 년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한국사를 다시 돌아보는 지난 며칠을 보냈다. 어느 정도 상식은 가져야 할 듯 해서다. 

 

(8) 고딩을 떠올려보니 학생들은 이미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떴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다 나열하긴 그렇고 (위장전입같은거야 그 시절부터 흔했고)... 고 2  미국오기 직전 (90년대 초), 전교임원회의에서 전교회장 선거가 있었다. 준재벌 집안 아들을 회장으로 밀어주자는 선생님들의 농담같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합심해서 더 자격이 있는 다른 친구를 회장으로 뽑았다. 미국오기 직전 경험은 사회 부조리의 빙산의 일각이긴 했어도작은 학생저항?의 승리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긴 하다. 

 

(9) 추수감사절 휴일 후 내일 당장 일상에 돌아가면, 나는 내가 서울출신인지 경상도 출신인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갈 거다. 지난 며칠 집에 머물며 모든 관심은 한국에 쏠려있었으나, 내일부터는 다시 이 땅 베이에어리어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더 큰 이슈다- 한국보다 훨씬 더 다양한 nationality, ethnicity, religion, culture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더 큰 관심이다. 한국 또 동양계 일인으로도 그리해야하지만, 영원한 citizenship holder 로서 말이다 (빌 3:20).  

 

(10) 그러나 그 땅의 참 멋진 국민들이 이뤄내고 있는 역사의 한 장. 진심으로 "존경하는 민들"은 내게 평생 기억되는 자랑거리가 될거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될 역사의 한장 한장을 멀리서나마 함께 살아갈 때, 닮고 싶은 모습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그들이다. 감사드린다.

 

:
Posted by pleasing2jc
2016. 11. 22. 13:30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카테고리 없음2016. 11. 22. 13:30


1993 년도 즈음, 대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봤던 영화.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는 일그러진 영웅들. 소설을 찾아 읽어본다.


픽션이지만, 학교, 교회, 사회. 조직, 어떤 모임에서든 엄석대와 한병태의 학급과 비슷한 면들을 찾을 수 있어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소설 결말에도 사회의 모습을 꼬집지만.


비밀독서단에서 토론하는 대로,

그 엄석대 (일그러진 영웅)를 또 다른 엄석대가 replace 하기도 하고.

우리 안에 내재한 엄석대의 모습.

변화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와야 한다는데 그렇게 아래로부터 올라온 변화의 물결을 자신의 권력과 위치 강화에 전혀 이용하지 않고 잘 수렴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있을 수 있는가 궁금해진다  그 유혹에서 백프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정치계 인물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저 일반적 이야기일뿐)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하나,[각주:1]

Ultimate 영웅은 '아래'에 머무르셨고 그 아래에서 스러져가셨다는 것. (세상적 시각으로 볼 때)











위 영상에는 편집되어 안 나오는, 그 전 부분에 인용된 단락. 영웅되기를 격려?받고 꿈꾸던 세대?가 떠오른다. :


나는 먼저 그날 내가 겪고 본 엄석대의 짓거리를 얘기한 뒤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아버지에게 물으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겨우 엄석대가 그날 한 일들을 모두 얘기한 내가 막 충고를 바라는 물음을 던지려는 아버지가 불쑥 감탄 섞어 말했다.     

「거, 참 대단한 아이로구나. 엄석대라고 그랬지?  벌써 그만하다면 나중에 인물이 돼도 큰 인물이 되겠다.」

  도무지 불의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 소리였다.  

후끈 단 나는합리적으로 선거되고 우리의 자유를 제한한 적이 없던 서울의 급장 제도를 얘기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그 합리와 자유에 대한 내 애착이 나약의 표지로만 이해되는 것 같았다.

  「약해 빠진  놈. 너는 왜 언제난 걔를 뺀 나머지 아이들 가운데만 있으려고 해?  어째서 너 자신은 급장이 될 수 없다고 믿어?  만약 네가 급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봐.  그보다 더 멋진 급장 노릇이 어디 있겠어?」







  1.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은 긍정적 표현 으로 많이 쓰이는듯 한데, 데 이 해석도 일리가 있는듯 하다 --- 난세에 영웅이 난다’[亂世英雄]는 말은 평화로왔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인재(人才)가 혼란기에는 두각을 드러낸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다수의 민중들은 좀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정치를 하더라도 세상을 안정시킬 독재자를 지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허소(許劭)는 조조에게 세상이 평화로운 시기에는 범죄자[奸賊]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조용히 초야에 묻혀 지낼거라 하지 않았다. 난세영웅이 권력을 얻으면, 그 비윤리에 맞서는 소수의 충의지사들 또한 영웅이 된다. 촉나라 영웅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결국 난세가 이래저래 영웅을 대량생산 하는 것이다. http://playin.innori.com/581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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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ing2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