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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6'에 해당되는 글 1

  1. 2017.10.06 기억
2017. 10. 6. 11:11

기억 카테고리 없음2017. 10. 6. 11:11


       의 외할머니께서는 어리실 때 어머니를 여의셨고,

       독립운동에 참여하시고 새 장가를 가서 바쁜(?) 아버지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의 고아처럼 지내셨다고  한다.

       그 대신 옆집 아주머니께서, 나의 외할머니를 딸처럼 보살펴주셨는데,

       그 아주머니께서 크리스챤이셨다고.

       그 아주머니 덕분에 외할머니께서도 하나님을 믿게 되셨고 

       평생 헌신된 삶을 사셨다. 


       외할머니는 그 당시 여성들이 많이 그러했듯 고등교육을 못 받으셨는데, 

       하나님 잘 믿어서 의사 남편 만나서 잘 사셨다고,

       나의 이모님들은 농담하신다. 

       (그 당시 일제시대에,  양반이라는 이유로 외할아버지와 맺어지셨다고.) 

    

 범신론자에 가까우셨다는 외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외할머니께서는 혼자서 혹은 자녀분들과 함께 교회에 다니셨고... 

내가 보기엔 외할아버지께서 외할머니같은 분 만나셔서 무지 복 많이 받으신 거다. (아마도 외할아버지께서도 그렇게 인정하고 계실거다)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셨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자녀들은 다들 음악을 좋아하시고 음악을 전공하신 분도 몇 되시는데,

외갓댁에 가면 이모님들의 피아노 반주에 따라서 옹기종기 모두 둘러서서 함께 찬양을 하던 기억이 난다.   

노래를 잘 하는 자녀분들에 비하면 외할머니는 음치셨지만, 그래도 그 순수한 목소리와 표정이 기억난다.

외할머니께서는 "온유한 자가 땅을 차지한다," 는 말씀을 잘 하셨다는데, [각주:1] 무척 온유하고 온화하신 분이셨다. 

속은 안 그러면서 온유한 척 하거나 온유하려고 애써 노력하는게 아니라, 내면이 정말 온유하고 온화한 분이셨다. 

순진하고 어린이같은 면이 많으셨던.... 이모님들 표현에 따르면 '바보'같은 면이 있으셨던.

외할머니께서는 아마도 그런 온유함을 예수님의 온유함으로 여기셨는지도 모르겠다 -- 

(사실  그 시대 여성들은 그런 것을 미덕으로 여겼을 듯도 싶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외할머니께서는 외할아버지께서 남기신 것들로, 선산 시골에 아주 작은 교회를 지으셨다. 30 년 전 일. 


그 교회가 '부흥'했으면, 스토리가 멋질텐데, 안타깝게도 30 년이 넘도록 교회 사정은 어렵단다. 교인도 적고, 담임 목사님들도 많이 바뀌었고.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자녀들이 힘을 모아 교회를 support 해 왔었는데, 시골 동네 사람이 헌금을 사기친 일도 있댄다.  

또  한 담임 목사 사모님 중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며 헌금을 강요하던 황당한 이도 있었다 하고.  

외할머니의 존함? 성함? 이 들어간 기념비를 세우자는, 이전 담임 목사님의 제안을, 그 자녀분들이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도 했다고.


몇 년 전 그 교회에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외할머니의 흔적은 조금도 있지 않고, 평범한 시골 교회인 그 교회. 

우리가 어렸을 때 쓰던 피아노가 거기 놓여 있어서 반갑긴 했다.  

그 지방 도시 대학생들이 수련회를 와서 교회 건물을 고치는 (선교) 봉사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 지역사회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아'처럼 자라셔서, '과부'가 가진 것을 바치셔서 교회를 지으신 외할머니의 신앙.

온유하고 잔잔한 동시에 다소 모험적이기도 하셨던 신앙... 

(물론 기복적인 면도 있었을 거고  빈틈도 많으셨겠지만)

그와 더불어, 옆집 어린 아이를 딸처럼 보살펴주셨다는, 얼굴도 이름도 모를 이웃 아주머니의 신앙 


문득 그녀들의 신앙이 기억나고 궁금해지는 계절이다. 


  1. 아, 물론 그 성경구절을 기복신앙적으로 받아들이셨을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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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ing2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