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 계승을 둘러싼 음모나 권력 싸움, 당파싸움을 다룬 역사 드라마들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좁은 궁 안에서 눈을 부라리며 음모를 꾸미는 (혹은 주인공들은 작전을 세우는) 장면을 보면 짜증이 난다. 한정된 파이 (pie) 를 그렇게 피튀기며 싸워서 수호하거나 뺐을 생각만 하지 말고,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파이를 찾는 모험정신을 발휘하면 좋을텐데 왜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고 저 좁은 공간에서 저급한 다툼만 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과 불만에서 비롯된 짜증이다. 지금까지 그런 류의 역사 드라마는 거의 안 봤다.
옆 포스터의 드라마도 초반에 또 그런 류의 드라마가 아닐까 했다. ㅅㅋㅇ 캐슬 류의 교육열 넘치는 어머니들의 치마바람 요소까지 가미된, 성공을 위해서 무한경쟁하는 이야기를 조선시대로 배경만 옮긴 거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데 회를 넘기면서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보게 된다. 세자 혹은 왕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당하는 처참한 현실. 아들들과 며느리/손자의 목숨보존과 안녕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중전. 권력을 잡기 위함만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사랑이 그 동기가 되었다는 것이, 최근 몇몇 (신문기사로 접했던) 자극적 드라마와는 구별된다.
아직 진행형이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봤을 때, 중전을 통해서 또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후궁들과 왕자들도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자유케' 되고, 어그러졌던 관계들을 회복하게 된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이가 세자가 되지 않을지? 덕스러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그 엔딩에 다다르는 스릴 넘치는 과정이 궁금해서 드라마를 계속 볼 듯 하다.
드라마는 그러할 듯 한데 현대의 현실은 어떤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