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이 처음 나왔을 때,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이 영화를 봤었다.
그 당시 나왔던 포스터만 봤을 때는 제목이 트로트 가사의 부산항과 비슷하기도 했고 남주인공 배우의 전작들 비슷한 멜로 영화인 듯 했다.
갑자기 좀비들이 나와서 얼마나 황당했던지. 영화 자체는 재미와 몰입도 면에서 훌륭했지만, 로맨스물을 기대했는데 좀비물이 되어버린...
요즘 샌프란시코가 그러하다.
얼마전 타계한 토니 베넷의 노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를 비롯, 여러 면에서 낭만의 도시로 간주되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zombie apocalypse" 로 표현되고 있을 정도니 그렇다.
아주 가끔 Bart 를 탈 떄 어김없이 마주치는 마약 중독자 승객들은 영화 부산행을 떠오르게 한다. 한번은 비어보이는 칸에 무심코 탔는데 저 뒤쪽 자리에 마약 중독자가 의자에 축 늘어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부랴부랴 열차들 사이를 연결하는 문을 열고 옆칸으로 갈아탔었다. 위의 영화에서 좀비들이 못 쫓아오도록 열차칸 문을 막았던 거처럼,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했다.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얘기만 나오면 모두가 혀를 찬다. 홈리스와 마약 문제, 절도 문제, 각종 백화점과 상점들이 철수한다는 소식도 서로 얘기하고, 쓰레기와 오물, 악취 문제 등등이 너무 심하다고들 한다.
이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은 더 슬퍼한다. 그들이 알던 아름다운 도시가 죽어가고 있는 느낌이라 한다. 누군가가 (아마도 주 정부) 뭔가를 해야 하는데... 하면서 애석해한다.
매년 가을 샌프란시스코 Moscone center 에서 열리던 California Dental Association 의 큰 미팅도 올해는 San Jose 에서 열린다.
나는 CDA 가 아니면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일이 몇 년에 한 번 일 뿐이지만, 이 지역의 대표적 도시가 그러하니 안타깝다. 홈리스와 마약중독자들 문제도 안타깝다. 이 시대/이 지역의 아픈 영혼들,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샌프란시스코를 위해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