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활절, 차도 많아서 차도 멀리 세워야 했고 예배에 참석한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부활절에 매년 그렇다는 걸 잊었었다.
침례가 있었다. 틴에이저 몇 명이 침례를 받는데 어찌나 귀하던지.
그저께 읽은 Rowan Williams 의 <Being Christian> 의 첫 챕터에서 읽은 baptism 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왔다.
침례받는 그들을 위해서 기도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침례받았던 대학시절도 떠올랐고, 침례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들...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화창한 햇살을 받으며 나오는데, 예배당 밖 휠체어에 앉아있는 한 소년과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눈에 띄었다. cerebral palsy 를 가지고 있는 소년.
다른 날 예배시간, 종종 예배당 뒤쪽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던 그 소년인거 같았다. 말끔한 차림의 아버지는 그 소년의 휠체어 옆 돌의자에 걸터앉아있고.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 지나치는데, 갑자기 핑 도는 눈물.
갑자기 웬 눈물. 감상적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큰 동정심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compassionate 한 사람도 아닌데... 웬 눈물이지? 스스로 의아했다.
문득 드는 생각 ---- 이건 내 눈물이 아니구나.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라는 그 분의 눈물인가보다...
그래서 기도했다. 그저 그 소년과 그의 가족이 겪어왔을, 또 겪고 있는 힘든 시간들을 떠올렸고, 그들과 함께 해 주시고 위로를 해 주시라고. 예수님이나 제자들이 가졌던 기적의 치유능력이 내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David Platt 의 최근 설교를 별 생각없이 듣기 시작했는데....
설교 후반부에, Cerebral Palsy 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고 휠체어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한 소녀의 침례를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침례를 받으며 기쁘게 웃는 그녀.
오늘 아침에 봤던 그 소년을 떠올리며 또 다시 기도한다.
예수님과의 깊은 만남이, 또 부활과 생명의 능력으로 인한 기쁨과 소망이 그에게 임하기를, 또 그 가족에게 임하기를.
그가 다스리는 그의 나라가 온전히 임하는 날, 건강해진 소년과 소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구원과 침례, 신앙 등에 대해서 기도할 생각을 조금도 못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고 회개한다.
난데없이 핑 도는 눈물이 아니었으면 기도도 안 했을 내게 기도케 하신 그이시다.
Rowan Williams 의 Baptism 에 관한 chapter 를 다시 읽으며 baptized people 의 자리와 기도가 어떠한 것인가 복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