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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못 본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영화 두 편을 극장에서 봤다. 둘 다 마블 영화다.
마블 영화와 예고편들을 보니, 마블 영화는 꽤 유명한 많은 배우들을 그들의 유니버스에 포함시켜왔고 포함시키려 하는듯하다. 웬만한 배우들은 마블 영화의 슈퍼 히어로나 등장인물들이 되어가고 있는듯.
마블 유니버스에는 꽉 짜여진 서사, 조직체계도, 인간관계, 문화, 룰 등이 있다. 그 유니버스에 속한 배우들은 그 안에서 어떤 동료애나 소속감 같은 걸 느낄 수도 있을 듯 하고, 슈퍼히어로들의 마블 유니버스라니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진정한 배우라면 영화 속의 가상 유니버스와 그 역할과 현실 속의 자신, 또 다른 영화들에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잘 분간할 것이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슈퍼 히어로를 맡았다고 해서 현실 속에서 그처럼 행동한다면, 그건 보자기를 등에 두르고 높은 층에서 뛰어내리는 어린 아이와 다름없다.

어찌 보면 많은 조직과 공동체들도 자신들만의 유니버스가 있다. 그 조직이나 공동체 밖에서 볼 때는 낯선 조직체계와 문화를 당연히 여기면서 살아가기도 하고. 한 사람이 그 조직이나 공동체 안에서 맡은 역할과 그 밖에서 맡은 역할이 판이하게 다르기도 하다. 이전 학교의 꽤 잘나가던 교수님이 퇴근하면서 "오늘은 쓰레기차 오는 날이야. 쓰레기 내놓으러 가야해," "이번 주말은 대청소를 해야 해," "개밥 주러 가야해,"하곤 했었는데, academia 에서 훨훨 날던 슈퍼 히어로같던 그 교수님도 일생생활 속에서는 한 생활인일 뿐이라는 걸 절감케 했다.

만약 한 인물이 속한 조직과 공동체의 '유니버스'가 그가 속한 조직/공동체의 다른 '유니버스'를 breach 하기 시작하면 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펩시의 이전 CEO 인드라 누이의 일화는 무척 유명하다. 막 CEO 로 임명받고 집에 와서 어머니께 그소식을 전했더니 어머니께서는 그녀에게 "가서 우유나 사오렴,"하시면서 밖에서는 CEO 일지라도, 집에서는 집에서의 역할을 잘 해야한다고 가르치셨다는 일화. 그렇지. 집에서도 가족에게 CEO 가 부하직원을 대하듯 대하면 문제가 커지겠지. global 대기업 CEO 인데도 마켓에 가서 우유를 사오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니.

하나님의 유니버스는 어떠한가? 하는 질문이 든다. 하나님의 유니버스 속에서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왕같은 제사장들,거룩한 나라고 그의 소유된 백성이다. 즉 세상과는 분별된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대에 세상 속에서 그렇다고 했다가는 과대망상에 걸렸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왕같은 제사장들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된 백성이라 함은 군림하고 특권을 행사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예수님의 뒤를 쫓는 삶을 살라는 뜻이다.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성경에 잘 나와있다.
또한 하나님의 유니버스는 수많은 공동체와 조직들, 나라들, 세상 우주를 아우르는 ultimate universe 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나 신앙 공동체 중에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구분된 이분법적인 곳도 많다. 바운더리 안팎으로 정말 판이하게 다른 세계 같은 양상. 세상 속에서는 잘 나가지 못해서 받는 설움을 교회나 신앙 공동체 속에서 어떤 직위나 사역을 맡음으로서 위로를 받는다는 글도 어디선가 읽었다 (이전 이민 한인교회에 관한 오래전 글이었다). 많은 공동체나 교회들에서는 사역자나 리더가 되면 정말 슈퍼 히어로같은 대접을 받기도 한다. 아니면 celebrity 나 influencer 같은 영향력을 가지기도 한다. 또 많은 경우 그런 대접이나 영향력은 그 교회나 공동체에만 한정되지, 바운더리를 조금만 벗어나도 그건 효력을 잃기도 한다.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사역자나 리더들은 정말 조심해야 할 듯 하다. 인기나 관심, 인간의 평가에 취하지 않도록. 하나님 앞에서 정말로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할 듯 하다. 공동체나 교회에서 맡은 역할과 실제의 자신을 혼동해서 자아팽창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것을 경계하고 조심하지 못해서 실족하고 무너진 이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위치에 서는 건 자동으로 실족하는 길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어찌 보면 그런 이들에게는 "가서 우유나 사 오렴" 하는 '어머니'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하나님의 ultimate 유니버스에 속한 이들의 왕같은 제사장들,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된 백성이라는 identity 는 슈퍼 히어로, celebrity, influencer 등에 비교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긴 하다. 그런 이들로서 세상 속에서 자아팽창의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고, 건강한 identity 를 가지고 예수님을 뒤쫓는 삶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아가야 하나? 막 떠오르는 모습은 '가서 우유를 사 오는 것'도 주께 하듯이 사랑으로 하는 것. 하나님 나라에서는 그렇게 우유를 사 오는게, 슈퍼 히어로의 (주께 하듯 하지 않는) 파워보다도 더 강력한 것이라는 거다.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applications....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고민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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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ing2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