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English Literature 와 Theatre Arts 를 복수전공했다.
우리 부부 모두 이공계라서,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당연히 이공계를 공부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공연을 한 학기도 빠지지 않고 계속 참여하고, 뮤지컬 해밀턴을 다 외기도 하고, 글쓰는걸 좋아하더니 대학가서도 그 열정은 이어졌다.
쉐익스피어, virginia woolf, Samuel Beckett 등등을 공부하거나, 시나 스토리를 쓰는 클라스를 공부하고, 연극공연에도 계속 참여했다.covid 가 어느정도 심했던 4 학년 때는 professional actors 들과 함께 voice acting 으로 하는 쉐익스피어 맥베쓰를 공연했다 (라디오 극장같은.)
쉐익스피어의 sonnet 이 좋단다. 그리고 John Milton 의 Paradise lost 도 좋단다.
아이가 공연하는 연극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 가서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내 일이 끝나고 아이연극을 보러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들어온 응급 환자를 부랴부랴 겨우 치료하고 연극시간에 가까스로 맞춰서 간적도 있다. 대학교 때 멀어서 가보지 못한 공연들은 recording 을 챙겨보거나 챙겨들었다.
아이아빠는 일찌감찌 (연극내용 이해를?) 포기했는지 일일이 다 챙겨보거나 듣지는 않더라.
내게도, 쉐익스피어를 포함한 많은 연극 이해는 도전적이다. 아무리 대학교 때 writing 을 부전공했고, 각종 writer 들의 책들을 영어로 가끔씩 읽고, George Eliot 이 여자라는 정도는 알고 있더라도, 고등학교 끝날 때쯤 미국 와서 engineering 을 전공한 이에게 쉐익스피어는 버겹다.
아이의 졸업식 때 그 벽을 더 높이 느꼈다.
대학 졸업식을 위해서 아이와 친구들이 각자의 졸업식 사각모에 그림을 그렸었다. 아이는 왼쪽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 졸업모를 쓰고 가운을 입고 곰에게 쫓기는 한 사람의 모습....
이 그림을 보니, 가슴이 쓰라려졌다.
"아, 아이에게 학교생활이 이렇게 힘들었었구나..."
곰에게 쫓기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게 학교생활을 했나보다 짐작했다. 온갖 deadlines 에 쫓기며 잠도 못자고 페이퍼를 쓰던 아이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려졌다.
다른 아이들의 그림은 더 밝은 색으로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흐흐흑.
졸업식이 다 끝나고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런 그림을 그렸어?"
아이의 대답: 응, 그건 쉐익스피어의 "Exit, pursued by a bear" 야.
헉, 자신의 심리묘사가 아니라, 쉐익스피어에 나오는 거라고?
"Exit, pursued by a bear," 는 쉐익스피어의 연극 중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악명높은 stage direction 이라고. <The Winter's Tale> 이라는 연극에 곰이 등장해야 하는데, 실제 곰을 쓸 수는 없으니 곰을 어떻게 실감나게 stage 해야 하는가가 큰 과제였다고. 자세한 정보는 다음 사이트에:
https://obviousstate.com/blogs/journal/exit-pursued-by-a-bear
아이가 공부한 것 중에 stage craft 를 하는 것도 있었는데, 그 떄 배웠나보다.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내 스스로의 아마츄어 그림 심리 분석결과를 굳게 믿고 계속 가슴 아파할 뻔 했었다.
STEM 이 대세인 시대에서 전혀 다른 길을 추구하려 하는 아이.
대학 시절 중반 쯤에 법대를 갈까 치대를 갈까 조금 고민하다가, 학교에서 교수님들과 이야기해보더니 Theatre Arts 로 진로를 추구해보고 싶어졌다고.
아이의 얘기를 들은 내 (치과의사) coworker 가 그런다, "정말 adventurous 한 삶을 살려고 하는군요. 우리 세대와는 달라요, (영어로 말했음)"
정말 그렇다.
자신이 택한 길을 creative 하게 잘 개척해 나갈 수 있길 기도한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의 뜻으로 인도해 주시길 기도한다)
한편, 아이의 그 세계를 어떻게 쫓아갈지가 내게는 큰 과제다.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다. 문학, 연극영화 공부도, 쉐익스피어 공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