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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0. 03:33

축구공처럼 패스 - 심판에게로. 카테고리 없음2022. 12. 10. 03:33

일정 기간동안, 어떤 관계 속에서 무척 힘들어한 적이 있다. 그 관계에서의 어떤 사건들이 떠오르면 머리가 멍해지는 등 PTSD 의 증상을 겪기도 했었다 - flashback 이라고 볼 수 있을지. 악몽을 꾸기도 헀었고.
이제 관계도 멀어지고 시간도 지나서 그런 사건들에의 기억이 떠오르는 빈도수는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random 하게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들이 있다.
어제는 아침부터 그 사람이 한 이런 말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안 좋았다. 우리 부모님이 경상도 출신이시라는 걸 아주 잘 아는 사람이 한 말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교양이 없는데 교육으로 그걸 커버한다,"
"영화 <친구>에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보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혹은 내가 학생일 때 우리 어머니께서 오셔서 아이를 돌봐주시곤 했는데 아이가 어머니의 경상도 말투 배울까봐 염려가 된다는 등
미국의 일터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제재/소송까지 고려할 수 있는 말들이다.

어머니께서는 대학교부터 서울에 계셨는데 아직 경상도 말투를 가지고 계시다. 그런 이유는 그 시대에는 말투를 고칠 필요도 크게 못 느끼셨을 거고, 어머니 성격 상, 일부러 서울말을 하는 걸 꾸민 행동으로 (조금 가식적인 것으로) 여기셔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어머니를 공주 스타일 사모님으로 여기기도 한다.
나도 우리 어머니께서 키우셨는데 나는 경상도 억양을 흉내도 못 낸다. 가끔 TV 에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충청도 사투리를 헷갈려하기도 한다.
그리고 경상도 억양을 가지면 어떤가? 심지어는 90 년대 서울 사투리도 있고 (유툽),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 어투를 못마땅해하기도 하고, 미국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은 고유의 accent 를 가지고도 잘 살아가고 있고, 영국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이 american accent 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 모든 게 상대적인 거 아닌가?
그 말을 들을 당시 내가 많이 어릴 때라서 위와 같이 반박하지 못했었다.

교양은 말을 매끄럽게 하고 우아하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람으로 존중하는것이라고 여긴다.
위의 사람이, 어떤 사람들에게 "우리 바쁘니까 식사는 다음에 하시죠," 한 후 그 사람들이 자리를 뜬 후에 "당신들이랑 식사를 하느니 oo 를 하지,"하는 야박한 말을 하는 것을 본 것도 내게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순박해보이기만 하던 상대방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다니... 그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기는듯 했다 (socio-economic status 면에서).
차라리 상대방들에게 대놓고 mean 하게 대하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앞에서는 살랑살랑 좋은 말만 하고 뒤에서는 돌변하는 정체를 지켜 본 거 자체가 충격이었다 - 그 당시 내 나이가 어렸기에 더 그러했겠지. 그리고 그 사람이 나름 스스로 신앙이 좋다고 여기는듯했고 교회에서 활발히 활동도 하는 사람이었기에 더 충격이 컸다. 그냥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면 그저 그러려니 했으리라
하여튼 그런 류의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면 기분이 나빠지고 때로는 그것이 현재의 내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현재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또한 당연히 ) 그런 빈틈이있다는 걸 안다. 그라나 내가 받은 '상처'들은 상처이니까  그것들을 무시하고 있을 수만 없다. 지금까지는 그런 기억들을 억누르고 잊을 생각만 했는데, 그 나쁜 기억들을 어떻게 하나님 앞에 내어놓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그런 기억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 축구공을 차듯 하나님께 패스하는 이미지를 떠올려본다. 지혜로 판단하시고 심판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심판에게로 공을 패스하는 희한한 경기의 모습이군.
한편 위의 그 사람도 지금쯤은 변화하지 않았을까? 기도한다.

Merriam-Webster 에서도 gaslighting 이 올해의 단어로 지정이 되고, 여러모로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awareness 가 커지고 있는 시대다.
어제는 무슨 기독교 강의에서 "나를 나답게 대하지 않고 함부러 대하는 사람들은 멀리 하라,"라기에 깜짝 놀랐다. 이전에는 용서하고 화해하고 공동체의 조화를 위해서 인내하라 그런 종류의 메시지가 많았던 거 같은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좀 더 전문적인 강의와 설교들이 더 나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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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leasing2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