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많이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온갖 인종의 많은 이들을 만나니 이해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서 재미있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서 오래 전, 한 환자가 왔다.
키도 크고 다부진 몸집의 흑인 남성이 병원에서 일한다면서 scrubs 를 입고 왔다. 의사는 아니였다.
나름 짐작으로 응금실 종류의 dynamic 환경에서 터프하게 일해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짐작했다.
미국 드라마 응급상황 장면에서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외모였다... 관상(?) 이었다.
그런데 치과치료를 받으며, 상당히 겁을 많이 내고 눈물도 좀 흘리고... 웬만한 어린이들보다 더 gentle 하게 대해야 했다.
치료가 끝나고 믈었다. 어디서 일하냐고.. 그랬더니 방사선과에서 일한다고...
그 분 뿐만이 아니라, 외모가 터프해 보이는 분들을 치료할 때 더 gentle 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온 몸에 문신을 한 탱크탑 차림의 남성분이 치과 주사바늘이 무서워서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
이러저러한 사람들은 당연히 터프할 거라는 내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들...
그들을 길에서 마주쳤으면 무서워했을텐데, 진료실에서는 그 분들에게 용기를 줘야 하는 입장의 나.
어떨 때는 골리앗을 만난 다윗같은 기분이다. 주사를 든 다윗?
그 분들도 체격작은 동양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까?
또 다른 한 경우는...
이십대 후반의 건장한 아들이 치료받을 때, 내 뒤에 앉아서 치료과정을 지켜보던 어머니였다.
아들이 나보다 키가 1.5 배는 큰 거 같아보이고 무척 어른스러운 청년인데, 그 어머니는 그 아들을 "My baby" 라고 하며 아이취급을 하는거 아닌가? 그 아들은 치료받을 때도 의젓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그 아들을 아이처럼 대하니...
내 내면에서 "이분은 완전 과보호 헬리콥터 어머니다" 라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오는데 꾹 참고 "My daughter is a grown-up too, but she is my baby, too" 하고 하하호호 웃었다.
며칠 후, 그 분이 다른 아들을 데리고 오셨다... 그 전에 본 큰 아들의 동생인데 덩지가 훨씬 더 큰 아들이었다. 20 대 초반.
그런데 그 아들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거동도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그 아버지께서 따라오셔서 그 아들을 휠체어에서 치과의자로 옮겨줘야 했다. 그 아버지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아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다 출동해야 했다. 그들은 아마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리라. 그 아들은 말도 못하지만, 치료에 정말 성심성의껏 cooperate 해 주었다.
그 아들을 만나고 나니, 그 어머니께서 큰 아들을 대하던 태도가 확 이해가 되었다. 그 어머니는 큰 아들을 baby 라고 했지만, 그 어머니에게는 진짜 baby 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일반적 헬리콥터 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어머니는 헬리콤터 맘이 될 수 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일들이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무척 멀다.
일도 일이지만, 사람들에 대해서 배우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다채롭고 즐겁고 도전적이다.
하나님처럼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중심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면 좋으련만.... 또 그들의 필요와 염원 등을 알아채는 눈이 있으면 좋으련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