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명분과 살 길
명나라와 청나라
척화파와 친화파
왕과 백성
벼슬아치와 민초
삶과 죽음
겨울과 봄
무척 서글픈 영화
날쇠 역 고수의 대사 하나와, 마지막 부분에 김윤석&이병헌이 잠시 나누는 대화가 핵심 이었던 듯 싶다. 적어도 내게는.
고수 인터뷰에서 인용된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을 옮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PS: 신앙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랑 전혀 상관없는 영화이지만 그들의 삶과 죽음을 건 신념 때문에 그러했다. 유교적 신념이라 해야 할지 뭐라 해야 할지. 척화파와 주화파의 격론을 들으며 전도서가 절로 떠올랐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