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rastination 습관 고치기 카테고리 없음2024. 11. 4. 03:14
한국 고딩시절 미국에 와서 고쳐야 했던 고약한 습관 중 하나가 벼락공부였다. Last minute 에 시험공부/과제를 하는 것.
국민학교 시절부터 그랬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 하셨던 아버지께서, 어린 나와 동생에게 "숙제 다 하고 놀아라," 말씀하시는 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열심히 놀았다. 어머니께서는 우리의 어린시절부터, "공부해라," 라는 말씀은 귀에 박히도록 많이 하셨으나, 과제나 준비물을 체크하지는 않으셨다. 어머니께서 우리 어린시절에 문제집 숙제를 내 주시거나 영어를 가르쳐주시긴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머니께서 성문종합영어를 가르쳐주셨다. 그건 (의사였던) 외할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우리 외삼촌께 영어를 가르쳐주신 전통을 따른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숙제를 대신 해 주신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중-고등학교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학원이나 과외선생님들은 찾아주셨으나, 공부계획같은것에 일일이 개입하지 않으셨다. 초딩시절, 문제집 숙제를 안 해서 혼난 일도 부지기수다. 옆집 강ㅇ이 는, 자기 어머니 문제집 숙제하면서 답안지에서 "생략"까지 베껴서 무지 혼났다던데, 우리는 "생략"까지 베낀 적은 없다.
국민학교 입학 후 얼마 안되어서 색칠공부 숙제가 있었는데 안 하고 있다가 그 날 아침 정말 엉맘으로 해서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보였다. 칠도 안 하고, 크레파스 선 몇 개 그어 갔었다. 그 때, 당황하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또렷이 기억난다, "넌 얼굴도 이쁜 애가 색칠은 왜 이렇게 했니?" 그러고 크게 혼내거나 그러시진 않으셨다. 30-40 대의 여자 선생님이였다. 색칠이라고 한 게 너무 황당해서 그러지 않으셨을까? 또 갓 입학한 1 학년을 벌 줄 수 없어서 최대한 좋게 표현하시지 않으셨나싶다.
중.고딩시절에는 잠을 적게 자고 밤을 새며 공부/일하는 걸 glorify 하는 그 시대의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낮동안 시간이 좀 날 때도 "나중에 잠 좀 덜 자고 공부하면 되지," "나중에 시험 전에 며칠 밤샘하고 공부하면 되지," 라는 식으로 핑계를 대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번은 암기과목 공부를 미루고 미루다가, 시험 전 1-2 시간 전에 교과서만 쭉 한번 읽고 가서 시험을 본 적도 있었다. 망했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점수가 잘 나와서 놀랐다. 참고로 난 photographic memory 도 없고 천재형도 전혀 아니다. 암기도 잘 못 하는 편이다. Problem solving 에 더 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런 방법이 통하는 객관식 시험의 현실이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편이긴 했다.) 그래서 그 바람직하지 못한 공부방법은 더 고질화되었다. 그러한 방법이 통하는구나 생각했었다.
꾸준히 공부하는 시간도 꽤 많긴 헀었다. 그럴 경우에는 성적이 훨씬 더 좋았다. Last minute 으로 미루는 경향은 시험공부나 과제가 어렵게 느껴지거나 재미없거나 할 경우에 더 컸다.
대학시절, 미루는 습관으로 인한 수많은 고난, 흠.. 벼락공부의 bad consequence 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습관을 고치는 건 쉽지 않았다. 대학교 학년이 낮을 때는 어느 정도 last minute 에 시험공부하고 과제를 하는게 통했으나, 학년이 올라갈 수록 과목이 복잡화되면서 그건 전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악몽을 꾸곤 한다.
시험을 잘 보는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실력은, 쳬계적으로 계획을 잘 짜서 deadline 에 맞춰서 과제의 완성품을 내어놓는 거라는 걸 뼈져리게 깨달았다. 벼락공부해서 반짝 시험 잘 본 후에, 그 공부한 지식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오랜시간 반복해서 공부한 지식도 나중에 쉽게 잊어버리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 시간 들여서 복잡한 문제를 쳬계적으로 풀어내는 능력 등은 몸에 평생 남는 습관이 되어버린다.
개인적으로 벼락공부의 악성버릇을 고친 기간은, 대학원 시절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을 하며 치대 준비공부를 하면서였다. 아침에 학교에서 QT 하고, 대학원 일을 한 후, 져녁에 집안일하고 아이를 재우고 30 분 정도 운동도 하고 2 시간 반 공부하고 12 시에 자는 a couple of years 이였다. 시간이 날 때,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처리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는 시간이 없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일을 절대 미룰 수 없었다. 그 시절에는 그 생활 자체가 감사하고 좋았다. 몸과 맘이 바쁘고 여러모로 쪼달리고 힘들던 시절이긴 헀지만, 그래도 그런 기간이 있었음을 감사한다.
신앙의 여정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신앙에서도 벼락공부나 last minute 은 통하지 않는 거 같다. 아니,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last minute 이 있는데, 인간의 성장면에서는 벼락공부나 last minute 이 없는 거 같다. 오히려 오랜 광야 시간 등을 통한 꾸준한 훈련의 면이 크다. 야곱의 타향생활, 요셉의 이집트생활, 모세나 다윗의 광야생활, 예수님의 목수생활과 광야 등등.
신앙의 여정 면에서는 어떤 훈련들에 촛점을 맞춰야 할까? 이미 주어진 신앙과 삶의 과제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고 순종하는 걸로 시작해야 할지 아닐까 싶다. 기도와 말씀, 이웃사랑, 집안일이나 직장일을 성실히 잘 해는 것, 건강한 식습관이나 운동, 하나님께서 주신 자원들 성실히 관리하고 사용하기, 사역, 매일매일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길 기도하기, 나의 죄성과 싸우기 등 모두 포함되는 것이리라. 또 독서 등을 통한 바른 지식을 부지런히 쌓아가고 실천하는 것 등도 중요하다. 미루지 말자. 당장 순종하자.
---- 빨리 다 끝내고 싶지만 생각만큼 진도가 잘 안 나가는 "Reading Genesis" 를 읽다가 위 그림을 어디선가 보고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