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는 수영을 많이 헀었는데 올해 여름에는 수영장에 못 가서 조금 아쉬웠다. 아주 쬐금...
굳게 문이 잠긴 수영장 앞을 지날 때마다 이랬다. 수영장 문에 열쇠를 그어보고 문이 열리나 안 열리나 확인해 보고, (당연히 안 열린다) 수영장을 하염없이 몇 초동안 쳐다본다. 담높이가 어떤가 대충 훑어보고. 그러다가 문과 담을 감시하는 카메라를 몇 초 동안 째려보고...
만약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는 이가 있다면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웠을 거다..
한밤중에 가서 Mission Impossible 같은 영화처럼 감시 카메라를 교란시키고 담을 넘어갈까 상상해보지만, 경범죄 정도에 해당될만한 걸 실천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한국 학창시절, 나와 동생이 함께 Mission Impossible 비슷한 흉내를 낸 적이 있다. 홍콩영화, 첩보영화에 한참 빠져 있던 시절인데 그 흉내를 낸답시고, 부모님께서 잠드신 한 밤중, 위아래 까만옷을 차려입고, 내가 다니던 학교 건물에 잠입한 적이 있다. 어떻게 어떻게 벽을 타고 올라가서, 마침 열려있던 2 층 창문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교실까지 가서 교실벽에 (잘 지워지는) whiteout 으로 낙서를 하고 나왔다. 아주 innocent 한 낙서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나오는 길에 옆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에게 잡혔다.
우리를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학교선생님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경비아저씨들에게, 나와 동생은, "우리 엄청 모범생이에요. 한 번 만 봐주세요,"하면서 엄청 빌었다. 맘 좋은 경비 아저씨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훔치지 않은 걸 확인한 후 그냥 보내주셨다.
그 다음날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등교했고...
그런데 무슨 주임선생님이셨던 우리 담임선생님께서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셨다. 혹시 경비 아저씨들께서 그전날밤 일을 알리신건 아닌지??? 아직까지 의문이다. 날 이뻐하시던 선생님이셨는데, 그 후 언젠가 한번 선생님께서 내게 '오드리 헵번'같다고 하셨는데, 설마 외모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었을테고,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의 오드리 헵번 비슷한 내 일탈을 알고 계셨기 떄문 아니었는지? (나중에 내가 무슨 시험을 잘 봐서 선생님도 무척 기뻐하셨다..)
그 후로는 그 정도 일탈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정도 일탈이라도 안 했으면 학창시절 추억거리도 별로 없이 너무 무미건조했었을 듯 싶다.
(월담 등등이 어느 정도 낭만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기에 다행이었지..)
올해는 다행히 수영장 담을 넘는 일탈을 안 하고 무사히 넘어갔는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에는 장담 못한다.
농담이다. 이제는 몸이 안 따라준다. 7 월에 부상당한 발목도 아직 아프고...
이렇게 2020 년 여름은 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