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앨범을 훑어가다 눈에 띈 사진들.
우리 조부모님께서 사시던 집 앞에 십여년 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주택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상업용 건물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 1 년 이곳에 살기도 했고 유년기에는 더 자주 방문했었고, 마당에서 노는 걸 많이 즐겼기에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지금도 집안 구조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1 층 왼쪽의 안방, 거실, 거실 저쪽편의 작은 방, 거실 왼쪽편 뒤쪽에 있던 다이닝룸과 부엌, 부엌옆쪽에 붙어있던 다용도실과 가정부 아주머니방, 2 층의 증조할아버지방, 고모들 방 등등..
원래 집이 아래사진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꽃도 있고, 마당에 잔디밭과 나무도 있었다. 진도개 두 마리도 있었는데, 둘 다 이름이 메리였다. 메리 1 , 메리 2 도 아니고 그냥 둘 다 메리였다. 할머니께서는 장미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노란색 핑크색 장미 등이 기억난다. 그런데 지금은 마당도 사라지고 꽃도 나무도 없고, 콩크리트 바닥의 주차장이 되었다. 아니, 위 사진도 십 여년 전이니,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전 동생이 보스턴에 일 떄문에 갔다면서, 사진을 찍어보내왔다. 아래 사진을 보내곤, 어딘줄 알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보자마자 알아봤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기숙사 건물들이다. 동생 왈, 보스턴이 많이 바뀌었다고, 자신도 보스턴에 추억이 많은데, 여기 오래 산 누나는 더 추억이 많겠다고... 당연히 추억이 많지. 좋은 추억도 많고 괴로웠던 기억도 많고.. 안 가본지가 몇 년 되었는데, 다시 가고 싶어도 틈이 잘 안난다.
동생이 보스턴에 간 며칠 후, 아이아빠가 또 보스턴 출장을 다녀왔다. 두 팀의 일정이 겹치진 않았다. 아이아빠는, 우리 아이가 유년시절을 보낸 집 앞을 잠시 들렀었다고 한다. 그곳도 많이 변했다고... 아이가 눈썰매 타던 작은 언덕은 너무 작은 언덕이었고, 눈 오던 날이면 눈이 잔뜩 쌓여서 삽질하기 바빴던 주차장은 없어졌다고...
사진앨범을 보다가, 또 가족들의 출장 덕분에 이전 추억들을 잠시 떠올려본다. 세월이 빠르다. 보스턴에 살면서 이 티스토리라는 공간에 미주알 고주알 일상을 기록하던 게 어제같은데, 지금은 그 당시를 추억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한국, 보스턴, 캘리포니아에 산 햇수가 대략 비슷하다. 앞으로는 캘리포니아에 산 햇수가 더 많아지겠군. 진정한 Californian 이 되는건가? 이곳에서도 추억을 더 만들어나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