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년 내 첫 환자는 나였다. 새해 첫 날 아침부터 자가치료를 했어야 했다.
손톱 옆 피부가 붓는 조갑주위염 (paronychia)에 고름이 잡혀서 오피스에 가서 drain 했다.
손톱깎다 잘 못 한 건지, 손톱이 살에 박힌 건지... 전에도 좀 아프다가 만 적이 몇 번 있긴 했는데 이번에는 도졌다. 겨울이라서 면역력이 저하되었나?
하여튼, 내 분야가 아닌 치료를 맘대로 막 한 건 아니다. 12/31, 그 전날 밤 사이 갑자기 붓기가 심해져서, 아침 일찍 출근 전에, doctor's appointment 를 급히 만들어 갔었다. 다행히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젊은 의사가 있었다. 막 레지던시를 마치거나 수련 중인 의사가 아르바이트 (moonlighting) 하는 걸로 보였다.
History 묻고 확대경으로 보고, 항생제 처방을 해 줬다. 아직 고름은 안 찼는데, 곧 고름이 잡히면 drain 해 줘야 한다고 하길래, "내가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내 직업을 아는 그가 "물론 그래도 되지요, (영어로)" 그런다. 마취는 어떻게 하고, 어떤 blade 를 쓰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가르쳐줬다.
하루가 지난 새해 아침, 고름이 잡히는 듯 했고 손가락은 더 팅팅 부었고 더 아팠다. 부랴부랴 내 직장 오피스로 갔다.
혼자 마취를 하고... 첩보영화같은데서 총 맞고 스스로 총알을 빼내는 첩보원이 된 듯 상상하며 혼자 재미있어함.
다행스럽게 blade 를 쓸 필요는 없었고, 23G needle 로 drain 할 수 있었음. 나름 surgical microscope 를 쓰며 정밀하게 치료했다.
약간의 고름이 나와서 성공. 집에 와서 post-op care 을 하고 있는 중. 오늘 아침보다 붓기도 내리고 통증도 덜하다.
이정도면 내일 일하는데 문제 없을 듯 하다. 감사하다.
12/31 병원을 지키고 진료해준 젊은 의사에게도 고맙다. 나도 연말에도 일을 계속 하며, 문을 연 치과들을 찾다 우리 오피스에 온 응급환자들도 꽤 치료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올해 내 분야... 환자들의 치료들도 잘 되길 기도한다.